칼럼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 (1) 동성간 성범죄 사건] 일반성범죄보다 방어 어려워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9-06-05 10:33
조회
754
평범한 직장인 남성 A는 간만의 회식 후 술에 취해 찜질방 수면실에서 단잠을 자던 중 졸지에 동성 간 성추행범으로 고소당했다. 술기운으로 정신을 못 차린 채 몸을 뒤척이던 중 우연히 옆에 누웠던 다른 남성의 성기에 손이 닿았던 것이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A는 당황한 나머지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오히려 도주로 오인 받아 더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

또 다른 직장인 남성 B는 회사에서 업무 도중 힘내자는 의미로 짐을 나르던 후배의 가슴을 살짝 쳤는데 이로 인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입건됐다. B입장에서는 가벼운 스킨십일 뿐이었지만 평소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퇴사를 생각 중이던 후배 입장에서는 직장 상사인 B의 행위가 매우 불쾌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다행히 필자가 두 사건 모두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힘껏 조력해 A와 B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사실 우리 형법상 강간죄의 정의 자체가 이성 간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에 대한 남성의 강제적 성행위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그동안은 동성 간에 벌어지는 성범죄에 대해서는 아직 대중의 감수성이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동성 간에 벌어지는 성범죄 고소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다. 본인도 올해에만 수 명의 동성 간 성범죄 사건의 피의자와 피해자를 변호한 바 있다.

동성 간 성범죄, 그중에서도 남성 간 성범죄의 경우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상 피의자들이 느끼는 수치심이 이성 간 사건에 비하여 월등히 높기 때문에 그 고통과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위 사례처럼 남성 간 성범죄가 발생하는 주요 장소는 찜질방 같은 대중 밀집 장소나 직장 같은 당사자들의 삶의 터전인 경우가 많다.

찜질방 수면실의 경우 남성들 간에는 잠결에 한 신체 접촉으로 인하여 성범죄자로 오인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공간이다. 또한 공간 특성상 CCTV도 없고 조명도 매우 어둡기 때문에 자신의 무고함을 어떻게 입증할지 몰라 매우 당황하게 된다.

직장 내 동성 간 성범죄의 경우 피의자는 자신의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동성 동료들로부터도 배척당하여 철저히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렇다 보니 피의자들은 보수적인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자칫 동성애자라는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합의금을 지불하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동성 간 성범죄 사건은 이성 간 성범죄 사건보다도 훨씬 더 피의자가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동성 간 성범죄 사건의 경우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정말 자신의 행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지, 혹은 실수로라도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만일 무고하다면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며 대응해야 한다. 만일 잘못이 있다면 피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파악해 적절한 합의금을 전달하거나 진심 어린 사과 등을 함으로써 피해 회복과 사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

만일 성범죄 사건 특성상 당사자가 직접 나서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초기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연재기사]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98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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