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 (12) 대여금 사기 사건] "변호인에게는 솔직하게 털어놔야"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9-10-16 11:57
조회
922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A(남, 28세)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알게 된 직장인 B(여, 26세)와 서로 호감을 느껴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교제한 지 얼마 안 되어 사진관 운영이 어려워진 A는 금방 갚겠다며 B에게 돈을 빌렸고 그 후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변제(채무의 이행)를 미루다 돈을 더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B는 연인에 대한 믿음으로 약 1년간 총 3천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은행에서 대출하여 B에게 건네줬다. 하지만 A는 빌려준 돈을 전혀 갚지 않았고, 점차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상환 압박을 받게 된 B는 A에게 적극적인 변제를 요구했다. 이에 A는 점차 전화를 안 받기 시작했고 문자로 상황이 어려우니 좀 더 기다려달란 말만 되풀이하다가 그조차도 연락이 뜸해지게 됐다. 믿었던 A의 이러한 행동에 큰 충격을 받은 B는 결국 A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게 됐다.

A는 피고소인 조사를 앞두고 변호인을 선임해 상담하면서 A가 B로부터 받은 돈 중 일부는 대여금이지만 나머지는 사진관에 대한 B의 사업투자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A와 B간에 오간 문자나 이메일 등이 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현재 전혀 남아있는 것이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A는 변호인 동석 하에 실시된 경찰의 피고소인 조사에서 변호인 상담 때와는 달리 B로부터 받은 돈 전부가 사업투자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수사관이 A가 B에게 돈을 빌려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최대한 빨리 갚도록 하겠다고 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통화 녹취록 등을 제시하자 갑자기 비상식적인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수사관의 계속되는 추궁에 자신의 앞선 진술과 사실관계가 어긋나는 진술을 하다가 잘 기억나지 않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짐작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A의 이러한 태도로 인해 수사관은 A의 진술에 적극적인 의심을 갖게 됐고 A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없는 점까지 고려되어 결국 A의 사건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사건은 변호인과 의뢰인과의 신뢰관계가 조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예다. 일반적으로 타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게 되면 일선 수사기관, 즉 경찰서에서 피고소인 조사를 받게 된다. 이 피고소인 조사 내용은 이후 진행될 형사 절차에서 가장 기본적인 증거가 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 경찰은 피고소인 조사 등을 통해 증거를 종합한 후 기소 의견 내지 불기소 의견을 표시해 사건을 송치하게 되는데, 상당수의 사건은 검찰에서 별도의 피고소인 조사를 다시 하지 않고, 경찰에서 수집한 증거를 종합해 검사가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 단계에서의 피의자 조사는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절차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 피고소인이 돼 변호인을 선임하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는 변호인을 전적으로 믿고 신뢰해야 한다. 또한 적어도 사건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해야 한다. 이는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간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정확한 진단명을 알 수 있고 그에 따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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