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 (8) 연인 간 금전대여 사건] 선생님, 그건 민사예요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9-10-16 11:18
조회
961
변호사로서 수많은 사람들과 상담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고객들이 민사사건을 형사사건으로 오해하는 때다. 대표적인 경우가 금전대여와 사기죄의 경우다.
유명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A녀는 우연히 알게 된 동갑내기 미남 B에게 한눈에 반했다.
B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A에게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소소한 카드대금으로 시작했던 금액은 머지않아 B의 집세, 생활비는 물론이고 병원비와 교통사고 합의금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이 불어났다.
자기 명의의 신용카드를 빌려줬던 A에겐 막대한 금액이 청구됐고, B의 간곡한 요청으로 보증섰던 채무는 고스란히 A의 빚이 됐다. 견디다 못한 A가 B에게 수차례 돈을 갚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B는 미안하다며 꼭 갚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결국, 거대한 채무를 갚기 위해 A는 다니던 대기업을 퇴직하고 그 퇴직금을 변제에 충당해야만 했다. 퇴직 후 A는 B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여성과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배신감을 느낀 A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와 B를 사기로 형사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돌아온 변호사의 대답은 "선생님, 그건 민사예요"였다.
상대방에 대한 애정으로 소중한 금전을 대여해주었지만 상대방은 경제적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그 마음을 소홀히 하거나 나아가 다른 이성과 교제하는 경우, 상대방이 자신을 속여 경제적 이익을 취득했으므로 이것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형법상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欺罔)이란 신의칙에 반해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여기에서 금전대여행위에 있어서의 '착오'란 결국 '변제의사'에 대한 착오라고 보아야 한다.
즉 돈을 빌리는 사람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속여(기망행위) 자신에게 변제의사가 있다고 잘못 생각하도록 유도함으로써(착오) 돈을 지급받을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B에게 처음부터 변제의사가 없었다고 볼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
단지 A는 B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믿게끔 만들었고 자신은 그러한 기대가 있었기에 돈을 빌려준 것이므로 그것은 사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은 금전대여와 대가관계에 놓일 수 없는 것이며, A가 착오한 것은 처음부터 B의 사랑에 관한 것이지, B의 변제능력이나 변제의사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결국 A의 마음을 농락한 B는 나쁜 사람이지만, A에게 마음을 줄 생각은 없어도 돈은 줄 생각은 있었다면 범죄자는 아닌 것이다.
A는 마음 아닌 돈이라도 돌려받기를 원한다면 형사고소가 아닌 민사소송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을 벌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지만, 피해자는 있어도 형사상 가해자는 없을 수 있는 것이 우리 사법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과 지갑을 가벼이 여기는 나쁜 남자, 나쁜 여자는 빨리 잊고 자신의 인생을 힘차게 살아나가는 것이 무익한 형사적 보복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라는 것도 반드시 기억해 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유명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A녀는 우연히 알게 된 동갑내기 미남 B에게 한눈에 반했다.
B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A에게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소소한 카드대금으로 시작했던 금액은 머지않아 B의 집세, 생활비는 물론이고 병원비와 교통사고 합의금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이 불어났다.
자기 명의의 신용카드를 빌려줬던 A에겐 막대한 금액이 청구됐고, B의 간곡한 요청으로 보증섰던 채무는 고스란히 A의 빚이 됐다. 견디다 못한 A가 B에게 수차례 돈을 갚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B는 미안하다며 꼭 갚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결국, 거대한 채무를 갚기 위해 A는 다니던 대기업을 퇴직하고 그 퇴직금을 변제에 충당해야만 했다. 퇴직 후 A는 B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여성과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배신감을 느낀 A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와 B를 사기로 형사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돌아온 변호사의 대답은 "선생님, 그건 민사예요"였다.
상대방에 대한 애정으로 소중한 금전을 대여해주었지만 상대방은 경제적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그 마음을 소홀히 하거나 나아가 다른 이성과 교제하는 경우, 상대방이 자신을 속여 경제적 이익을 취득했으므로 이것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형법상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欺罔)이란 신의칙에 반해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여기에서 금전대여행위에 있어서의 '착오'란 결국 '변제의사'에 대한 착오라고 보아야 한다.
즉 돈을 빌리는 사람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속여(기망행위) 자신에게 변제의사가 있다고 잘못 생각하도록 유도함으로써(착오) 돈을 지급받을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B에게 처음부터 변제의사가 없었다고 볼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
단지 A는 B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믿게끔 만들었고 자신은 그러한 기대가 있었기에 돈을 빌려준 것이므로 그것은 사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은 금전대여와 대가관계에 놓일 수 없는 것이며, A가 착오한 것은 처음부터 B의 사랑에 관한 것이지, B의 변제능력이나 변제의사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결국 A의 마음을 농락한 B는 나쁜 사람이지만, A에게 마음을 줄 생각은 없어도 돈은 줄 생각은 있었다면 범죄자는 아닌 것이다.
A는 마음 아닌 돈이라도 돌려받기를 원한다면 형사고소가 아닌 민사소송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을 벌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지만, 피해자는 있어도 형사상 가해자는 없을 수 있는 것이 우리 사법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과 지갑을 가벼이 여기는 나쁜 남자, 나쁜 여자는 빨리 잊고 자신의 인생을 힘차게 살아나가는 것이 무익한 형사적 보복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라는 것도 반드시 기억해 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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