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 (7) 아파트 불륜 사건] 간통 폐지 후 주거침입 고소 늘어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9-10-16 11:17
조회
939
50대 남성 A는 아내 B가 일주일간 여행을 간 틈을 타서 내연관계에 있던 C를 자신의 집인 아파트로 데리고 와 불륜행각을 벌였다. 여행에서 돌아온 B는 이부자리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긴 머리카락을 발견했고 욕실의 샤워용품의 배치가 바뀐 것도 알았다. 평소 남편의 불륜을 의심해왔던 B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CCTV를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CCTV에는 A와 C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진한 스킨십을 나누는 장면이 녹화돼 있었다. B는 즉시 C를 주거침입으로 고소했고, C는 결국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게 됐다.

간통죄 폐지 후 많은 사람들이 불륜커플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없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물론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에게는 이혼 시 위자료를, 배우자의 상간남 또는 상간녀에게는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사람의 마음은 여전히'불륜'이나 '부정행위'가 범죄라는 확실한 낙인이 상대에게 찍히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자의 불륜 상대방을 주거침입으로 고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거침입죄는 주거의 평온을 깨뜨리는 범죄다. 일반적으로 주거침입이라고 하면 그 주거에 거주하는 구성원이 아닌 제3자가 구성원의 허락을 전혀 받지 않고 무단으로 침입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사건과 같이 그 주거에 살고 있는 구성원인 A가 C를 초대해 불러들인 경우, A의 허락을 받은 C에게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우리 판례는 비록 부부 일방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왔더라도 부부 양 당사자 모두의 의사에 합치하지 않는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본다. 즉 불륜 등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그 주거에 들어갔다면, 이는 거주자의 배우자 의사에는 합치하지 않아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배우자 상간자의 주거침입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CCTV와 같은 구체적인 물증이 필요하다. 또한 고소인의 주거에 침입해야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예전 간통죄와는 달리 모텔 등과 같이 주거 외 장소에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들어간 경우는 주거침입으로 고소하기 어렵다. 또한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는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할 수 없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도 간통죄와 다른 점이다. 또한 주거침입이 입증된다고 해도 그 처벌은 100만~200만원의 벌금형 정도로 미약한 편이다. 다만 벌금형이라도 형사처벌이 확정된다면, 그 후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손해 입증하기가 매우 쉬워져서 훨씬 큰 금액을 배상받기에 유리해진다. 간통죄는 사라졌지만 불륜은 여전히 가정의 평화와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가장 큰 부정행위라는 점을 모두가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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