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 ⑤ 데이트 강간 사건] 갓 사귄 연인과 성관계 합의된 것인가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9-06-05 10:36
조회
966
평범한 남자 대학생 A는 우연히 길에서 또래 여대생 B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A가 용기를 내어 전화번호를 교환한 뒤 첫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은 바로 그날 성관계를 갖고 연인이 됐다. 일주일 동안 종일 연락을 주고받으며 함께 저녁도 먹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첫 만남 후 일주일 만에 두 번째 성관계를 갖게 됐다. 그런데 B는 갑자기 화를 내면서 A가 자신을 강간하였다고 주장하며 연락을 끊었고 얼마 후 A를 강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처럼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 중 일방이 상대방을 강간 혐의로 고소하는 일은 상당히 자주 발생하는 성범죄 사건 유형 중 하나이다.

주로 은밀하게 발생하는 성범죄의 특성상 증인이나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성관계가 이루어졌다 하여 그것이 합의 하에 맺어진 것인지 아니면 강간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이 사건처럼 사건 당사자들이 교제 초반의 커플 관계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데이트와 시간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성관계의 경우 데이트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데이트와는 분리되어 일방의 강압에 의해 발생한 범죄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인 것이다. 이런 경우 피해자와 짧은 시간만을 보냈기 때문에 피해자와의 소통이 아직 서투른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성관계 당시 강간의 의도가 없었음에도 피해자의 거부의사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맺어버리고 말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피해자에게 씻기 어려운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실제로 여러 데이트강간 피의자들을 만나보면 자신의 행위가 강간인지 아닌지를 몰라 혼란스러워 하는 동시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사랑했던 사람에게 상처를 줬을 수도 있단 생각에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관계를 단절한 상태이기 때문에 만나서 오해를 풀거나 사과를 할 방법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형사범죄에는 고의가 필요하다. 성범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범죄의 고의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로는 서툴렀던 소통의 방식이 사랑했던 두 사람을 영원히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평생 돌이키기 어려운 고통을 남겨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상대방의 표현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그 마음을 헤아리며 존중하려는 기본적인 자세가 의도치 않은 데이트 성폭력의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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