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23) 동영상 유포 사건] 사춘기 또래집단의 일탈과 범죄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9-10-16 12:03
조회
1337
만 15세의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인 A는 학원에서 만난 동갑내기 여학생 B와 교제를 시작했다. 교제 시작 후 한 달 만에 A의 요구로 둘은 성관계를 맺게 되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갖게 됐다. 하지만 교제 서너 달 만에 둘은 사소한 다툼으로 헤어지게 됐고, B는 A에게 그동안 자신이 A에게 전송했던 자신의 성기 사진, 자위행위 동영상 및 A와의 성관계 당시 A가 촬영했던 동영상을 모두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A는 B에게 그러겠다고 약속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같은 학교 동성 친구인 C에게 자신이 B의 성기 사진 및 성관계 동영상을 전송해주는 대신 C의 여자친구 D의 나체 사진 및 자위행위 동영상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C가 이 요구를 받아들여 B의 사진 및 동영상을 전송받은 후 D의 사진과 동영상을 메신저를 통해 A에게 전송하자, 그 후 일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A는 D가 전에 사귀었던 자신의 다른 동성 친구들인 E와 F에게 D의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했으며, C 역시 자신의 동성 친구들에게 B의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했다. 같은 동네 동갑내기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진 여중생 성관계 동영상 전송 놀이는 A로부터 D의 사진과 동영상을 임의로 전송받고 놀란 F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 사실을 D에게 알리면서 일단락됐다.

사건의 파장은 컸다. A와 C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으로 입건되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었으며, 관련 사실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포함하여 이 사건에 연루된 남녀 학생들의 가정 및 학교에 알려지게 되면서 해당 학생들은 더 이상 기존 지역 사회에서 같이 학교에 다니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 사건의 경우 일방적인 강제추행이나 강간 피해가 발생하거나 성관계 동영상이 P2P 사이트에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도록 게시되거나 제 3자에게 영리를 목적으로 판매되는 등의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 사안은 아니다. A와 C의 범행이 호기심이나 또래집단에서의 자랑 욕구 등 단순한 계기에서 비롯됐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그 호기심과 욕구가 낳은 파장과 나이 어린 피해자들이 겪게 된 고통과 충격은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범죄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아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조숙해지면서 이성교제와 성관계를 시작하는 시기가 급격하게 앞당겨졌다는 점이고, 둘째는 핸드폰 등 기기의 발달로 사진 및 영상 촬영이 매우 손쉬워졌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전파까지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10대 청소년들의 인격이 같은 나이의 이전 세대보다 더 타락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단지 청소년 범죄의 처벌만을 강화한다고 해서 범죄 발생률을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청소년들의 건전한 이성관과 올바른 준법의식은 사회나 사법기관이 아닌 가정과 학교에서 함양되어야 하는 것이다. 가정의 책임을 사회에 떠넘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세상이 발전하고 아이들이 조숙해질수록 그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의 책임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막중해져야 한다.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연재기사]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