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고]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제안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0-04-28 09:40
조회
1277
n번방 사건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국민들은 반인륜적이고 비윤리적인 잔악한 범죄의 실체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견딜 수 없는 혐오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등 사회 전체가 패닉에 빠져 있다.

하지만 성범죄,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온 변호사들에게는 n번방에서 벌어진 성범죄들이 새롭거나 특별하게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 종합판



대중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n번방 사건 형태의 성착취, 성폭력 등은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서 빈번히 발생해 왔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사 범죄들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그로 인한 피해들이 양산되고 있다.

n번방 사건은 특별히 새로운 범죄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활발히 벌어지고 성범죄를 압축해서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축소판'인 것이다.

따라서 n번방 사건 자체를 철저히 수사해 조주빈을 포함한 가해자 모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n번방 형태의 성범죄 재발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과거의 성범죄들이 현재 일어나는 성범죄보다 죄질이 가벼웠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현 시대는 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로 범죄의 2차 피해, 나아가 n차 피해 등으로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가공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n번방 사건도 가해자들의 성착취 행위가 단지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성폭행과 협박을 넘어서 피해자들의 동영상을 전방위로 유포시키는 데까지 이르면서, 피해자들이 범죄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영구히 박탈하고 있다는 데에 이 범죄의 가장 큰 잔인성이 도사리고 있다.



성범죄 개념 재정비·처벌대상 확대 필요



하지만 우리의 성범죄 관련 형사법 체계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 행위들을 그 죄질에 부합하게 처벌하는 데 상당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기존의 성범죄 처벌 대상을 확대하고 처벌 수위 역시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구체적으로는 불법 촬영물 제작(촬영) 및 유포만 처벌하고 있는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규정을 '소지' 및 '삭제 불응'도 처벌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는 성적 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협박 또는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형법상 협박이나 강요로 밖에 처벌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역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과 같은 특별법에 가중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그루밍 성폭력과 같은 새로운 범죄 개념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아동ㆍ청소년의 성을 사기 위하여 아동ㆍ청소년을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현재보다 훨씬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n번방 사건과 같은 성착취물을 즐기고 기꺼이 구매하는 잔악하고 그릇된 성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범죄 자체가 쉽게 뿌리 뽑히긴 어려울 것이다. 건전한 준법정신은 선진적인 시민의식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범죄 양상이 극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형사법 규정 역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그 변화에 부응함으로써 적어도 법치국가가 극악무도한 반인륜적인 범죄에 어떻게 응답하는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 역시 필요할 것이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34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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