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 (19) 유학생 준강간 사건]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0-04-28 09:38
조회
1641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 (19) 유학생 준강간 사건] 외국인 성범죄, 방어권 행사 어려워



앨버트(가명, 24세 남자)는 9살에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캐나다 국적을 취득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며 고된 노동을 이어갔던 부모에게 캐나다 유수의 명문대에 입학한 앨버트는 큰 자랑거리였다. 졸업을 앞둔 여름방학 앨버트는 오랜만에 한국의 친척집을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어느 날 강남의 한 클럽을 방문한 앨버트는 그곳에서 미국에서 유학 중인 신디(미국명, 20세 여자)를 만났고 두 사람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갖게 됐다. 하지만 앨버트와의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던 신디는 다음날 정신을 차린 후 앨버트를 준강간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앨버트는 그해 여름 학교에 돌아가지 못하고 기소됐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후 법정 구속되어 항소심까지 이르게 됐다.

한국사회가 개방화, 국제화되고 점점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방문하거나 거주하게 되면서,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도 여러 종류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성범죄의 경우 범죄 자체로는 한국인 간에 벌어진 범죄와 일반적으로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피의자(피고인)가 외국국적 소유자이다 보니, 수사 과정이나 판결의 영향 범위 등에서 일반적인 내국인 범죄들과는 다른 양상을 갖게 된다. 우선은 피의자의 한국어 능력이 뛰어나지 않을 경우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 행위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피의자 입장에서는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통역이 지원되긴 하지만, 성범죄와 같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 확보가 어렵고 당사자의 진술에 많이 의존하게 되는 범죄의 경우에는 사법당국에서 지원해주는 통역은 범죄사실이나 피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외국 대학에 재학 중이어서 고소인 조사 후 외국으로 떠나버린 경우에는 수사기관에서 추가 조사를 하기도 어렵다.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도 법정에서 증인 신문 등을 실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고인측에서도 무죄 입증을 위한 충분한 변론을 펼치기에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피고인이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몇 년간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의 교도소에서 형을 치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행히 집행유예 등이 선고되는 경우라도 강제퇴거명령 또는 출국명령에 의해 한국을 떠나야 한다. 한국으로의 재입국은 사실상 매우 제한되게 된다. 이 사건의 앨버트와 같이 피고인이 외국 국적자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외국으로 이민 간 가정 출신인 경우, 영원히 어릴 때 자란 고향땅을 밟지 못하거나 한국에 있는 일가친척을 다시는 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외국 국적자가 관련된 범죄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든, 외국에 체류 중 범죄 사건에 연루되게 된 한국인이든 자신의 본국 이외의 장소에서 형사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면, 소통 불능과 방어권 행사의 어려움 등으로 더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반드시 사건 직후 수사기관의 조사 초기 이전에 현지 또는 본국의 법률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3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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